K-민화 김학영 기자 | 『K-민화·K-그라피 백서』를 펴내며 이름 없던 것에 이름을 주는 일은 창조가 아니라 인정입니다.

민화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까치와 호랑이가 벽에 걸려 있었고, 모란과 연꽃이 병풍을 채웠습니다. 그 안에는 웃음도 있었고 기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는 그것을 온전한 이름으로 부르지 못했습니다.
붓으로 쓰는 한 획 한 획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속에 담긴 호흡과 절제, 여백의 미학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늘 다른 언어의 옷을 빌려 입어야 했습니다.
이 백서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쓰였습니다. K-민화와 K-그라피. 이 이름들은 새로운 주장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해 온 것을 제자리에 놓는 행위입니다. 2026년 1월 23일, 이 이름들이 처음으로 공식 기록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권리가 아니라 모두의 책임입니다.
이 책은 선언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록합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왜 우리는 이 이름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는가"라고 물을 때, 이 책이 조용히 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저자 담화총사의 한마디-
이 책은 새로운 주장을 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이미 존재해 왔던 것을, 제자리에 놓기 위해 쓰였다.
민화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삶 속에 있었다. 기쁨과 염원, 풍자와 기도가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말보다 먼저 사람을 위로해 왔다.
그러나 그 이름은 오랫동안 분명하지 않았다. 설명은 있었으나, 호명은 없었다.
붓 문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글자를 쓰는 행위 속에는 호흡과 사유, 몸의 리듬이 함께 담겨 있었지만, 그 깊이는 늘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전해졌다. 편리했지만 충분하지 않았고, 이해는 되었으나 온전히 설명되지는 못했다.
이 백서는 그 공백에서 출발한다. 무엇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있었던 것을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기 위해서다.
K-민화와 K-그라피라는 명칭은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전통 미술이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언어이며, 후대가 혼란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남겨야 할 기준이다.
2026년 1월 23일, 이 이름들은 처음으로 법과 제도의 언어 속에 기록되었다. 이는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책임을 선언하는 선택이었다. 이제 이 이름이 사용되는 곳마다 그 의미와 맥락 또한 함께 존중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책은 선언문이 아니다.
운동의 깃발도 아니다.
조용한 정리이며,
기록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왜 우리는 K-민화와 K-그라피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가”라고 묻게 된다면,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차분한 답이 되기를 바란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소유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지키고, 설명하고,
다음으로 넘기겠다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이 책에 담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