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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은새 백인복 작가의 ‘청매화, “K-그라피의 한 장면”

- 향기는 글이 되고, 글은 다시 꽃이 된다.

K-민화 강경희 기자 |  매화는 늘 가장 먼저 온다. 눈이 채 녹지 않은 자리에, 바람이 아직 시린 날에, 말없이 먼저 피어 있다. 은새 백인복 작가의 ‘청매화’는 바로 그 ‘먼저 도착한 마음’을 화면에 옮겨 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매화는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굽이진 가지는 시간을 견딘 삶의 궤적이고, 담담한 먹의 농담은 말로 다 하지 못한 사연이다. 그 위에 얹힌 박노해 시인의 시구는 글이 아니라 호흡처럼 놓여 있다.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뒤에 더 오래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향기 날아오면 시린 바람결에 청매화가 피다.
그 향기 날아오면 내가 오는 줄 아소서
그 눈물 흘리면 그대인 줄 알 테니”

 

이 문장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알아보라고 말한다. 향기로, 눈물로, 기척으로, 은새 백인복 작가의 K-그라피는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글씨가 피어나게 한다. 획은 힘을 과시하지 않고, 여백은 비어 있음으로 말한다. K-그라피가 단순한 서예나 캘리그래피가 아닌 이유는, 이처럼 글과 그림, 시와 호흡, 전통과 감각이 하나의 장면으로 *원융圓融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청(靑)’은 색이 아니라 태도다. 성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이상 붉어질 필요가 없는 담담함. 삶의 격랑을 지나온 뒤에야 도달하는 차가운 따뜻함이다.

 

청매화는 묻는다.
“그대는 누구의 향기를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동시에 답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진심은 먼저 도착한다.”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혹은 이미 떠나보낸 인연,혹은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으로...

 

은새 백인복 작가의 ‘청매화’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되새기는 그림이며, 읽는 글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다시 피는 문장이다.

 

 

이것이 K-그라피의 힘이다.

글이 꽃이 되고,

꽃이 다시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

 

백인복의 詩
청매화 한 송이
눈길 끝에서 먼저 피어
말하지 않아도 안다.

 

향기 닿으면 내가 오고
눈물 고이면 그대가 온다.

 

봄은 늘
가장 조용한 마음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