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성준 기자 | 본 작품은 유교적 덕목인 효孝와 제悌를 새해의 길상적 의미와 결합한 문자도 형식의 세화이다. 효 자에는 석류, 연꽃, 새와 덩굴이 어우러져 생명의 잉태와 번성, 부모에 대한 공경과 은혜의 깊이를 상징한다. 석류의 다산과 연꽃의 청정함은 부모의 희생과 품성을 드러내며, 서로 기대어 있는 새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을 은유한다.

제 자에는 잉어와 악기, 식물 문양이 배치되어 형제 간의 화합과 조화를 표현한다. 잉어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나아가는 형제의 의지를, 악기는 서로 다른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형제애를 상징한다.
구름과 문양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인간의 도리를 뜻하며, 전체 화면은 새해를 맞아 가정의 평안과 윤리적 질서가 회복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문자 표현을 넘어, 덕목이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기를 바라는 기원의 그림이다.

작가 노트 | 엄진홍
새해를 맞이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무엇을 바라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였다. 효와 제는 시대가 변해도 인간 관계의 근본을 이루는 가치이며, 세화라는 형식은 그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장치가 된다.
나는 문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바라보는 덕목으로 만들고자 문자 안에 자연과 길상 상징을 채워 넣었다. 효 자에는 부모의 은혜처럼 깊고 넉넉한 생명의 이미지를, 제 자에는 형제의 우애처럼 리듬과 호흡이 있는 요소를 배치하였다.
문자의 형태는 덕목의 무게를 화사한 색채는 새해의 희망을 의미한다. 이 그림이 걸린 공간에서 누군가는 부모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형제를 생각하길 바란다.
세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그림이라 믿는다. 이 작품이 새해의 시작에서 가정과 사회를 잇는 작은 다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