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김학영 기자 | 민화民畵는 한국인의 미의식과 생활정신을 담은 전통 예술이다. 고궁의 벽화와 민속박물관의 병풍에 가득하고, 오늘날 20만 명의 민화 인구가 붓을 들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진흥법 어디에도 민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예는 물론이고, 심지어 ‘만화’까지 포함되어 있는데도, 민화는 법제상 이름조차 없다. 이것이 과연 정상인가?
문체부는 K-컬처 세계화를 외친다. 그러나 정작 그 뿌리라 할 수 있는 민화를 법과 정책에서 배제한 채, 외국인 학자나 관람객의 인식에도 못 미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고궁과 박물관에 가면 민화가 ‘수두룩’하지만, 문체부의 제도권 예술 분류에는 흔적조차 없다. 전통 예술을 홀대하고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된 결과다.
뿌리를 외면한 문체부의 인식 부재
더 기이한 점은 민화 종목은 없으면서도 ‘민화 한복’과 같은 파생 콘텐츠는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체성은 외면하면서, 변형된 문화상품만 이용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이것은 민화를 ‘취미 미술’쯤으로 치부하고, 국가적 예술 자산으로 보지 않는 문체부의 저열한 인식이자 직무유기다.
20만 명의 민화 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도권에서 ‘예술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국가 문화정책의 수치다. 문체부는 민화를 지원하지 않은 채, K-컬처의 다양성을 운운한다. 뿌리를 부정한 꽃이 어떻게 세계 속에서 오래 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민화 제도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첫째, 문화예술진흥법에 민화를 명문화해야 한다. 회화나 공예의 부속 항목이 아니라, 독자적 전통 회화 장르로서 위상을 세워야 한다.
둘째, 국가 차원의 민화 진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진흥센터 설립, 작가 지원, 교육·연구·전시 활성화가 시급하다.
셋째, K-민화를 글로벌 콘텐츠화해야 한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민화를 한국적 미학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
민화가 빠진 문화예술진흥법은 반쪽짜리다. 이는 단순한 행정의 누락이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 계승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정책적 배신이다.
문체부는 더 이상 민화를 홀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붓을 들고 있는 20만 민화인의 외침은 분명하다.
- “민화 없는 K-컬처는 뿌리 없는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