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성준 기자 | 한국의 전통 민화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삶과 염원이 담겨왔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김송화 작가의〈무궁화와 두루미〉 역시 그 고유한 기원의 계보 위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화면 가득 피어난 무궁화와 청아한 자태로 창공을 가르는 두루미는,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 한국인의 정신과 희망을 상징하는 상징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작품 속 무궁화는 화폭의 중심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품고 있다. 꽃잎의 은은한 분홍빛 번짐, 잎맥의 세심한 묘사, 봉오리에서 만개한 꽃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은 마치 하나의 ‘생명 서사’처럼 펼쳐진다. 무궁화는 예로부터 ‘끊임없이 피는 꽃無窮花’, 곧 영속과 번영, 꺾이지 않는 의지의 상징이었다. 김 작가는 이 무궁화가 지닌 정신적 의미를 화면 안에서 더욱 깊고 따뜻하게 확장했다. 그의 무궁화는 화려하기보다는 담백하고, 강렬하기보다는 오래 바라보고 싶은 한국적 정서의 빛을 품고 있다. 꽃 위를 힘차게 날아오르는 두루미는 작품의 또 다른 핵심 주제다. 두루미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반에서 장수·길상·청정·고결함을 상징하며, 영적 세계와 인간 세상 사이를 잇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김송화 작가가 그린 두
K-민화 이성준 기자 | 2026년 병오년 새해, 한국의 전통 민화가 새로운 세계화를 향해 힘차게 날갯짓한다. 월간 K-민화 담화 이존영 발행인은 2026년 1월 1일부터 5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 전관에서 「2026 세화전 歲畵展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맞이하는 세화歲畵의 전통을 오늘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한 행사로, K-민화와 한복 패션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신년 복합문화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화歲畵는 조선시대부터 새해 첫날 각 가정의 대문에 붙이던 길상화吉祥畵로, “벽사초복僻邪招福·服 ”, 즉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이는 뜻을 담고 있다. 병오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통 세화의 정신을 현대 K-민화와 K-한복의 디자인에 접목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미감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문화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행사를 주최한 이존영 발행인은 “전통 민화가 가진 ‘복祿’의 미학을 세계가 공감하는 문화 언어로 확장하는 것이 K-민화의 시대적 역할이며, 앞으로도 주한 외국대사관과 협력하는 국제교류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주최: 월간 K-민화, 외교저널
K-민화 이성준 기자 | 전통 민화의 도상 가운데 ‘책거리冊巨里’는 가장 지적이고 상징적이며, 조선 사람들의 학문관·미적 취향·삶의 이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장르다. 강현옥 작가의〈책거리〉는 이러한 전통적 주제를 현대적 색채 감각과 섬세한 선묘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혜의 풍요와 길상의 기운이 화면 가득 흐른다. 책거리는 조선 후기 선비들이 사랑했던 학문·덕성·가치관의 상징이 담긴 그림이다. 책과 문방사우, 그리고 길상 문양이 조화롭게 배치되며 ‘학업의 성취’와 ‘삶의 풍요’를 기원한다. 강현옥 작가는 이 전통적 구도 위에밝고 투명한 채색, 고급스러운 농담 조절, 민화 특유의 데포르메(변형) 표현을 더해 책거리를 생동하는 현대적 장면으로 되살린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시각적 중심은 두 마리의 봉황이다. 봉황은 민화에서 왕권, 화평, 고귀함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책거리 속에 등장할 때에는 학문적 성취와 탁월함을 빛내는 존재로 해석된다. 봉황의 화려한 깃털은 성공의 비상飛上을, 부드러운 색의 변화는 여유와 평안을, 대나무와의 조화는 절개와 고결의 상징 을 품고 있다. 대나무는 사군자 중 하나로 흔들리지 않는 절개를 의미하는데, 책거리의 문맥에서는 ‘학문을
K-민화 이성준 기자 | 화려한 궁중의 문 앞에 선 여인이 등 뒤로 고요한 긴장과 장엄한 기운을 드러낸다. 조혜선 작가의 작품 〈궁중연화〉(135×70cm)는 전통 궁중 회화·복식·공예의 미학을 민화적 조형 감각으로 재구성한 대작으로, 왕실의 시간과 여인의 순간적 감정이 한 화면에 응축된 작품이다.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붉은 예복의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넓게 퍼지는 치맛자락의 곡선, 그 위를 수놓은 모란·연꽃·봉황 문양은 민화에서 길상과 번영을 상징한다. 조혜선 작가는 전통 문양을 단순히 장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인물의 운명과 내면을 암시하는 상징적 언어로 재해석해냄으로써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화면 상단 배경에 금니金泥로 그려진 모란은 왕실의 품격과 권위를 상징한다. 이는 조선 궁중 장식의 전형을 충실히 계승한 표현으로, 작가는 문양 하나, 선 하나에서도 정교한 금박과 세필의 기량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붉은 궁중 문이 있다. 대문에는 전통 창살 무늬와 길상적 문양이 빼곡히 채워져 있으며, 정교한 선묘線描와 금속 장석 표현은 실제 궁중 공예품을 방불케 한다. 이 문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문을 열기 직전의 여인, 그리고 문 너머
K-민화 김학영 기자 | 연못 위에 떠오른 연잎과 연꽃, 그 사이를 유영하는 물고기, 그리고 연밥 위를 노니는 새와 거북...안영자 작가의 민화 〈연화도〉는 전통 민화의 상징성과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해낸 작품으로, 민화가 지닌 상징적 언어를 현대적 회화 감성으로 재해석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작품은 화면 전체에 걸쳐 ‘생명력’과 ‘길상吉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연꽃은 불교적 청정淸淨을 상징하는 동시에 민화에서 영원한 생명과 다산의 상징으로 널리 쓰여 왔다. 화면 상단의 연잎은 푸른 기운을 머금은 산뜻한 채색으로 펼쳐지며, 그 위에 자리한 새들은 길한 소식을 전하는 ‘길금吉禽’으로 읽힌다. 연잎과 새가 서로를 바라보며 구성된 장면은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화면 중앙의 물고기들은 민화에서 가장 강력한 길상문 중 하나인 어魚·복福의 관계를 표현한다. 특히 두 마리의 큰 물고기가 서로 교차하며 오르는 모습은 풍요와 성공, 그리고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상징하는 대표적 도상으로, 관운·승진·입학 등 인생의 큰 경사를 기원하는 의미를 품고 있다. 작가는 물고기의 비늘을 세밀한 필력으로 묘사해 전통 기법의 충실함을 보여
K-민화 이존영 기자 | 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세월 무대와 강단에서 음악으로 따뜻한 울림을 전해온 김숙진 작가가 첫 음악에세이 ‘음악은 마음 깊이 흐르고(도서출판 위)’를 출간했다. 이 책은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위로가 교차하는 삶의 순간마다 음악이 마음을 어떻게 다독이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수많은 공연과 강연을 통해 느낀 감동의 이야기, 그리고 음악이 전해준 치유의 힘을 진솔한 언어로 담아냈다. 이번 책 ‘음악은 마음 깊이 흐르고’에는 그 무대에서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 그리고 음악이 제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지고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담아냈다는 평가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음악이 단지 듣는 예술이 아닌, 마음을 회복시키는 언어임을 보여준다.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음악, 재즈,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인생의 장면마다 맞춰 흐르며, 읽는 이의 감정과 공명한다. 각 장에는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독자는 책 속 이야기와 함께 실제 음악을 들으며 한층 깊이 있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한 김숙진 대표는 오는 1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더파타움에서 에세이집 ‘음악은
K-민화 이성준 기자 | 전통 민화가 시대를 넘어 K-민화(K-Folk Painting)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붓으로 쓰고, 마음으로 그리는’ 작가 청현 강경희 清賢 姜京希가 있다. 그녀의 작품 〈그리운 금강산〉은 한 폭의 그림을 넘어, 글씨와 회화, 영성과 서정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캘리그래피 작가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붓의 필획과 운율을 민화의 구조 속에 녹여낸 그녀는, 산과 구름, 마을과 사찰을 글씨처럼 써 내려간다. 그의 붓끝에서는 산맥이 행서行書가 되고, 구름이 초서草書가 되며, 그리움이 한 편의 시로 피어난다. 금강산, 민족의 기억과 마음의 산수 〈그리운 금강산〉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 속에는 한국인의 정서, 나아가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염원이 담겨 있다. 작가는 금강산을 ‘그리운 땅’이자 ‘마음속 고향’으로 해석하며, 그리움의 감정을 청색과 옥색의 층위로 쌓아 올린다. 봉우리마다 흐르는 먹빛의 결은 마치 고요한 불심이 깃든 선사의 필적 같고, 그 아래 자리한 사찰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찾는 영혼의 쉼터로 읽힌다. 그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의 귀의처歸依處다. 서예의 필법이 만든 산수...‘서화일체’의 구현 청
K-민화 이존영 기자 | 지난 29일, 벨라루스 공화국 체육·관광청(Ministry of Sports and Tourism) 회의실에서 올레그 안드레이칙(Oleg Andreychik) 차관을 비롯한 관계자 5명과 대한민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면담이 진행되었다. 이번 만남은 한·벨라루스 양국 간 관광 교류 및 문화협력 확대를 논의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였다. 먼저 안드레이칙 차관은 환영사를 통해 벨라루스를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문화와 자연의 보고寶庫”라 소개했다. 그는 “벨라루스는 러시아, 폴란드, 발트 3국,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인구 약 900만 명 중 200만 명이 수도 민스크에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미르성(Mir Castle)과 네스비즈성(Nesvizh Castle)을 비롯해 고대 성들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유럽 최대의 원시림인 벨로베즈스카야 숲(Belovezhskaya Pushcha)은 독특한 식생과 동물이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영상제공-벨라루스 체육관광청 그는 또 “벨라루스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20만 개가 넘는 호수와 강을 지닌 아름다운 나라로, 풍부한 문화유
K-민화 김선아 특파원 | 벨라루스 민스크 중심에 위치한 벨라루스 국립미술관(National Art Museum of the Republic of Belarus) 에서 2025년 10월 30일, 『Minhwa: Искусство Кореи (민화, 한국의 美, K-Folk Painting)』 초청전이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세계평화미술대전 조직위원회(이사장 이존영), 벨라루스 문화부, 주한 벨라루스 대사관, 외교저널(Diplomacy Journal)이 공동 주최·후원했으며, 11월 16일까지 전 기간 무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 벨라루스 간의 문화예술 교류를 상징하는 뜻깊은 자리로, 한국의 대표 K-민화 작가 52명이 참여하여 복福·수壽·평화和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작가들이 특별히 제작한 32점의 K-민화 작품을 벨라루스 국립미술관에 무상으로 기증, 문화예술을 통한 우정과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벨라루스 문화부 “한국 작가들의 자선적이고 이타적인 행위에 깊이 감사 개막식에는 벨라루스 문화부 장관을 대신해 문화부 차관이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며, “오늘 이렇게 뜻깊은 행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을
K-민화 이존영 기자 | 조선시대 민화 속 호랑이는 언제나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다. 산의 주인으로서의 위엄과, 백성 곁에서 웃음을 주는 벗의 얼굴이다. 「벽사초복辟邪招福」 호랑이 그림은 바로 그 두 얼굴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둥글고 해학적인 눈매 속에서도, 한 획 한 획마다 살아 있는 기운이 번쩍인다. 그 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주문의 선線이다. 바로 민화의 부적,이다. ‘벽사초복辟邪招福’의 뜻 그림 오른편에는 ‘벽사초복辟邪招福’이라는 네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이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집 문 위나 대청마루 벽에 붙여 두던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상징이었다. 호랑이는 악귀를 쫓는 수호신으로, 까치는 복된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 한 폭의 그림은 ‘재앙을 물리치고 행복을 맞이하라’는 민중의 기도가 시각화된 것이다. 그 안에는 부처님의 가피와 민중의 신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해학 속의 진지함, 까치와 호랑이의 대화 그림 속 까치는 마치 호랑이를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호랑이는 커다란 눈을 굴리며 어딘가 미소 짓는 듯하다. 이 익살스러움 속에는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