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화 이존영 기자 | 조선시대 민화 속 호랑이는 언제나 두 가지 얼굴을 지녔다. 산의 주인으로서의 위엄과, 백성 곁에서 웃음을 주는 벗의 얼굴이다. 「벽사초복辟邪招福」 호랑이 그림은 바로 그 두 얼굴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둥글고 해학적인 눈매 속에서도, 한 획 한 획마다 살아 있는 기운이 번쩍인다. 그 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주문의 선線이다. 바로 민화의 부적,이다. ‘벽사초복辟邪招福’의 뜻 그림 오른편에는 ‘벽사초복辟邪招福’이라는 네 글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이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집 문 위나 대청마루 벽에 붙여 두던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상징이었다. 호랑이는 악귀를 쫓는 수호신으로, 까치는 복된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 한 폭의 그림은 ‘재앙을 물리치고 행복을 맞이하라’는 민중의 기도가 시각화된 것이다. 그 안에는 부처님의 가피와 민중의 신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해학 속의 진지함, 까치와 호랑이의 대화 그림 속 까치는 마치 호랑이를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호랑이는 커다란 눈을 굴리며 어딘가 미소 짓는 듯하다. 이 익살스러움 속에는 권
K-민화 이성준 기자 | 2025년 10월 21일 평생을 나무와 벗하며 한 길을 걸어온 작가 인간문화재 소목장 박명배의 특별기획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나무결에 길상을 새긴 예술, 한국의 반닫이’라는 주제로 작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전국 팔도의 반닫이 34여 점을 비롯해 세월의 흔적이 깃든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작품 총 40여 점을 선보인다. 나무가 매해 새겨온 나이테처럼, 박명배 작가는 나무의 숨결에 자신의 삶을 새기며 수십 년 동안 오롯이 나무와 함께해왔다. 박명배 작가는 “나무는 나의 자체이고, 나의 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나무와 매일 대화를 나누며, 눈으로 보이지 않는 나무의 숨결을 느끼고 다독이며, 그 속에 인간의 온기와 정신을 담아낸다. 그의 반닫이는 단순한 목가구를 넘어 예술과 장인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다. 정제된 선과 절제된 면의 비례 속에서 드러나는 단아함은, 우리 전통미의 본질이자 한국적 미감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걸어온 인생의 궤적을 통해 전통이 지닌 미학적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동시에 조망하고자 기획됐다.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전통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것